격동의 한국 정치를 이해하기,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토크빌이 평등과 민주주의를 미국사회를 확인하는 열쇠로 삼았던 것처럼, 헨더슨은 동질성과 중앙집중화를 한국사회를 해석하는 열쇠로 삼았다. 그 결과 한국은 일종의 원자화한 사회가 되어 그 안에서 개인도 가족도 당파도 관료주의적 ‘기류의 상승작용’에 열광적으로 휩쓸려 빙빙 돌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추천사 중, 사무엘 헌팅턴

1. 나는 학부에서 사회학과 함께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지만,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에는 한국 정치가 전공이신 교수님이 없어서 한국 정치를 깊게 배우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국 정치를 배울 때 중요하게 언급되던 텍스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다.

2. 그레고리 헨더슨: 책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1948년 7월 주한 미국대사관에 부임한 이후, 1963년까지 한국에 외교관으로 근무한다. 헨더슨이 한국에 있었던 기간은 말 그대로 한국 정치의 격변기였다. 그는 한국에서 대한민국 건국, 한국 전쟁, 1공화국의 4·19혁명으로 인한 몰락, 2공화국의 수립과 5·16군사 쿠데타로 인한 전복, 군부독재 정권의 수립까지의 현대사를 목도한 사람이다. 동시에 헨더슨은 ‘한대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질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순히 한국 정치를 관찰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국회 프락치 사건, 유신 정권의 수립 등 여러 국면에서 독재에 반대하고 한국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던 활동가이기도 했다.

3.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헨더슨이 정의한 한국 정치는 ‘소용돌이’로 특징지어진다. 그가 관찰했던 한국의 정치는 소용돌이, 즉 “중앙권력을 향해 모든 활동적 요소를 휘몰아가는 소용돌이”와 같다. 그가 본 한국은 지극히 동질적인 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도의 중앙집권제를 강조했기에 결국 이로 인해 문화 전체를 통해 활발히 움직이는 강력한 상승기류(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런 소용돌이 현상이 정치에서 발생하면, 이 강력한 상승기류는 원자화된 정치 주체를 흡입해, 이성적인 성찰도, 의회주의도, 민주적 절차도, 정책을 위한 합리적 토론도 모두 마비시켜 버린다. 이것이 헨더슨이 한국정치를 해석하는 핵심으로 제시한 소용돌이다.

4. 내용들: 헨더슨이 한국정치를 해석하는 핵심은 소용돌이 현상에 있다. 더불어 헨더슨은 한국정치에 관한 다양한 개념과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헨더슨은 말 그대로 식민지 상태의 조선에서 근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의 한국정치를 말 그대로 목격한 사람이다. 이제 막 공화국으로 탄생한 한국은 촌락과 왕권 사이에 중간 기구가 없는 사회였고, 이는 당연히 정치적 결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헨더슨은 한국의 중앙집권적 정치 습속이 조선왕조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유교를 국시로 삼아 중앙집권 관료국가였던 조선의 정치문화가 한국 정치의 근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5. 느낀 것: 헨더슨이 한국정치를 분석한 대표적 키워드로는 ‘높은 동질성’, ‘중앙집권의 전통’, ‘중간집단의 부족’, ‘소용돌이 현상’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헨더슨이 개념화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아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이미 단어를 읽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머릿속에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단어들이다. 그만큼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적실하다. 물론 헨더슨의 분석은 현대에 와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이 책은 한국 정치를 비교정치의 관점에서 분석한 최초의 책이며, 고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끄럽게도 헨더슨의 책을 이제야 읽었지만, 이 책의 구판이 67년에, 신판이 88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읽었을 때도 여전히 이 책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