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상이한 기원을 이해하기, <윤치호와 김교신>

1. 핵심: 이 책, <윤치호와 김교신>은 저자 양현혜 선생님의 도쿄대학교 종교학과 박사 논문을 출판한 것으로, 양현혜 선생님은 서구 근대문명으로 대표되는 ‘기독교’와 근대 조선이 만나 벌어진 서구 기독교의 수용 양상을 윤치호, 김교신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요컨대, 윤치호와 김교신을 통해 본 근대 조선에서의 민족적 아이덴티티와 기독교의 관계 양상을 파악하는 책이다.

2. 저자: 양현혜 선생님은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시고, “동아시아 문명의 전환기에 기독교가 만들어온 역사 인식과 그 사회적 기능을 검토하는 연구”를 꾸준히 하신 분으로, 일본과 한국의 근대 초기 기독교에 대한 전문가이시다. 또한 무교회주의와 김교신 연구의 권위자이시기도 하다.

3. 내용: 이 책은 언급한 대로 윤치호와 김교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인이 수용한 기독교의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내 주관을 들여 이야기해보자면, 윤치호와 김교신의 가치는 다르다.

우선 윤치호는 한국 보수·극우 개신교의 원류·효시에 가까운 인물로 그가 근대적 지식인으로서 기독교 신앙을 탈신화화하여 수용한 것 이외에 그의 개신교 사상은 한국 주류 보수 개신교의 원형이 된 것 같다.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윤치호는 일본을 통해 근대화/산업화에 대한 열망과 사회진화론을 체화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기독교를 수용한 그는 식민지배를 신의 뜻으로 성화시켰다. 그의 사상에는 ‘산업문명국=선자=영원한 지복, 비산업 야만국=약자=영원한 멸망’이라는 세계관이 자리했다. 그에게 기독교의 신은 근대 산업 문명을 수호하는 신이며,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강자에 의한 약자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신이다. 이런 그의 기독교 이해는 ‘열등한 조선’이라는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반면, 김교신이 수용한 기독교는 독특한 것이었는데, 그는 우치무라 간조를 필두로 한 일본 무교회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는다. 김교신은 기독교 신의 사랑과 정의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통해 민족의 고난을 회복할 구상을 만들게 된다. 죽음과 싸워 이긴 그리스도로 인해 죄로서의 세계 역사는 종결되고, 신의 나라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이 역사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부정의를 정의로 대체하는 역사인데, 이를 통해 그는 민족의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희망과 기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기독교인이 창조적으로 역사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창한 ‘조선산 기독교’는 역사 형성을 위한 주체적·창조적 신앙의 자세이며, 불의에 의해 잃어버린 민족의 역사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려는 다른 민족적 아이덴티티의 구상이었다.

4. 감상: 윤치호와 김교신에 대한 감상은 달라야 할 것이다. 윤치호의 개신교 수용은 근대 한국 개신교의 사상을 넘어 한국의 사회사상을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윤치호의 개신교 이해 및 수용을 통해서는 사회진화론, 발전주의로 대표되는 한국 근대 사회사상을 엿볼 수 있다. 반면, 김교신의 경우, 그가 가진 실질적인 사상사적 영향은 작은 편이다. 한국에서 김교신의 무교회주의는 맥이 아주 소수에게만 전해졌기 때문이다. 윤치호는 한국 보수 개신교를 표상하지만, 김교신이 진보 개신교를 표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진보적 개신교는 1970년대 이후 영미 신학을 통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김교신은 사상 내재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그는 1970년대 이후 구성된 진보적 개신교 사상을 이미 20세기 초반에 선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의 나라(하나님 나라) 신학이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을 때, 윤치호는 한국 개신교의 심층과 사상사적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보면 좋을 것이고, 김교신은 사상 내적인 성취를 중심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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