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의 기독교, 『현대세속화이론』

1. 세속화 이론: ‘세속화’라는 말이 낯선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세속화 자체가 종교, 특별히 기독교의 영향력에 관한 것이라 그렇습니다. 종종 모슬렘을 중심으로 연구되기도 하는데, 세속화 이론 자체는 근대화 이후 기독교, 또는 종교의 변화를 탐구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세속화의 정의는 “사회 일반에 있어 종교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상 및 추세”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권과 왕권이 경쟁하던 중세사회와는 다른 현대 종교의 모습을 다루는 것입니다.

2. 핵심: 이 책, 『현대세속화이론』이 가진 시사점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먼저는 세속화에 있어서 가장 지배적이었던 단일한 이론과 가정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면서, 세속화 이론이 가진 총체성, 복수성, 그리고 역동성을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며, 기독교 문화 자체를 근대성 일부로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3. 저자: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마틴은 종교사회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자로, 영국 런던정경대학교(LSE) 사회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했으며, 오랜 시간 종교사회학, 그리고 세속화라는 주제에 천착한 인물입니다. 저자의 이력과 이전 저작 역시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한국종교사회학회에서 함께 공역한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책의 장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번역이었습니다.

4. 내용: ‘종교’는 사회학이 탄생하면서부터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종교를 인민의 아편 내지는 진통제로 생각했던 맑스와 다르게 사회학의 다른 시조인 베버와 뒤르켐을 종교를 삶의 어떤 상수로 보기도 했죠. 특별히 베버는 근대화를 탈주술화 과정으로 예견했습니다. 탈주술화란 “우리는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우리의 삶의 조건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우리의 삶에서 작용하는 어떤 힘들도 원래 신비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힘들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모든 사물은 - 원칙적으로는 - 계산을 통해 지배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알고 있거나 또는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런 베버의 테제를 이어받은 사회학자들에게 세속화, 즉 종교의 쇠퇴는 사회학의 상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진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도 주로 다루듯, 세속화 이론이 진전된다는 것은 어떤 과학적 인식이라기보다는 어떤 계몽주의 중심의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라는 반론이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유럽 중심의 세속화 이론은 “맞는 말”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기독교의 부흥은 세속화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총 4부로 이뤄진 이 책은 1부에서 세속화의 일반 이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서론에 해당하며 책의 논점을 밝히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다양한 사회에 국가에서의 종교를 경험적으로 살핍니다. 어쩌면 세속화가 유럽 중심주의이자, 유럽의 예외주의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3부에서는 세속화와 성령강림운동(20세기 이후 가장 뜨거운 종교운동)을 다루며 이를 점검하고, 마지막 4부에서는 이뤄진 작업에 대한 저자의 논평을 다루고 있고,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5. 대상 독자: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의 종교, 기독교의 변화 양상과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이런 문제에 고민하는 분들께 좋은 책입니다. 종교와 사회과학을 좋아하시는 독자와 함께, 신학·종교학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께도 흥미롭게 느낄 책입니다.

6. 감상: 근대화 이후 종교의 귀추를 주목하는 시선은 많았습니다. 책의 추천사에서 찰스 테일러가 지적하듯, 한 편에서는 서유럽의 예로 종교의 죽음과 계몽주의의 승리를 속단하기도, 한 편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에서의 기독교의 성장을 예로 종교의 새로운 승리를 점치기도 했죠. 그러나 사회학은 짜지 않고 싱겁고 담백하게 이 주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책이 정직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기반으로 새로운 변화 역시 주시해야 할 거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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