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론과 근대성의 문제, <문화사회학 이론을 향하여>

저번 주에 한 선생님께서 추천 도서를 물어보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랜만에 <문화사회학 이론을 향하여>를 꺼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학부 시절 비교문화론 시간에 교재로 쓰인 책이다. 오랜만에 책을 꺼내고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문화란 무엇인가, 이 문제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좁은 의미의 문화는 예술에 국한되기도 하나, 넓은 의미에서는 ‘생활양식의 총체’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문화의 범위를 설정하기보다는 문화의 성격을 규명하는, 문화 이론에 관심을 두는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문화 이론과 근대성의 문제’인데 이 책은 ‘문화’, ‘근대성’ 단어만으로만 압도되어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앨런 스윈지우드가 문화와 근대성에 대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여기에 비판적 논평을 덧붙여 기존 이론의 여러 난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사회학의 과제를 제시한다.

이 책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이 책은 탁월한 교과서다. 이 책이 아우르는 지적 전통은 매우 다양하다. 마르크스에서 시작되어 그람시, 루카치, 프랑크푸르트 학파, 레이먼드 윌리엄스에 이르는 마르크스주의 문화이론은 물론이고, 베버, 뒤르켐, 짐멜, 파슨스까지의 사회학적 문화이론, 거기에 현대의 문화이론가라고 할 수 있는, 하버마스, 부르디외, 바흐친, 제임슨, 벨 등의 다양한 문화 이론, 근대성 이론을 비판적으로 비교/검토/정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은 문화 이론을 비판적으로 재전유하고 있다. 스윈지우드는 단순히 문화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문화 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 구체적으로는 환원론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마르크스주의의 토대와 상부구조 문제는 마르크스조차도, 결정론으로 해석될 때 이 문제에 한해서는 본인도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언급할 정도였는데, 스윈지우드는 이런 환원론의 문제를 베버와 같은 다른 문화사회학의 맥락에서 극복하고자 한다.

결국 스윈지우드는 문화의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거시와 미시, 구조와 행위, 내부와 외부를 포괄할 종합적이면서도 유연한 사회학적 문화 이론의 구축을 과제로 삼는다. 이 책은 그런 스케일에 걸맞을 정도로 다양한 이론의 비판적 검토를 시도한다.

한 편으로는 영미학자 특유의 이론을 대하는 태도가 묻어나기도 하지만, 그를 감안해도 준수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루는 이론의 범위도 매우 광범하다. 그리고 한국 사회학 번역에 있어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을 하고 계신 박형신 선생님께서 공역하신 책이라 더 믿고 볼 수 있다. 사회학, 문화, 마르크스주의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실 만한 책이라고 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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