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르크스만큼 유명한 사상가도, 동시에 마르크스만큼 잘못 알려진 사상가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중요한 100가지의 단어를 소개하고 입문하게끔 하는 목적을 가진 책으로, 정교하면서도 단순하게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책이다.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또 마르크스주의를 조금 더 정확하게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 같다. ⠀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는 미카엘 뢰비, 임마뉘엘 르노, 제라르 뒤메닐이 공저한 책이다. 일단 저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저자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프랑스 마르크스주의에 대표 격인 학자들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처음 학문이 오늘날만큼 분화되지 못한 미분화 상태에서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는데, 오늘날 마르크스주의는 정치경제학이라는 테두리에는 담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학문분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위 있는 저자들의 공저를 통해 이 책은 한층 다채로워지고, 전문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100가지의 단어를 선별하고 그것을 소개함으로, 읽는 독자가 마르크스주의에 입문하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이미 국내에는 1980년대를 기점으로 여러 마르크스주의 사전이 도입되었다. 그중에서도 몇 종류의 사전을 참고하며 공부해본 나는 이 책이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개념의 핵심에 정확히 접근하면서도 명료하고 친절하다고 느꼈다. 이것은 묵직한 마르크스주의 사전과는 다른 이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만이 가진 선명한 장점이다.

나 같은 경우는 톰 보토모어의 『마르크스 사상 사전』이나, 도서출판b에서 나온 『맑스 사전』을 참고하면서 공부한 적도 있는데, 이 책들은 마르크스에 대한 심화한 관심을 가진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또 둘 중에는 『맑스 사전』이 보다 정교하고 풍부한 편이다. 또 이 책은 현재 왕성하게 한국에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를 소개하고 계신 배세진 선생님께서 번역하셨는데, 번역의 가독성이나 정확성도 그만큼 훌륭한 편이다.

여담으로,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문고판 끄세쥬(Que sais-je) 총서의 한 책이다(끄세쥬는 몽테뉴의 『수상록』에 나오는 말로,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뜻한다). 손에 잡히는 문고판 책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구나, 느끼며 책을 봤다. 한국에도 이런 작지만 단단한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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