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용어로 살펴보는 사회학”, 『사회학 용어 도감』. 이런 책이 나왔다. 출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구매했고, 얼마 전에서야 이 책을 살펴봤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인을 중심으로 도서를 기획·출간 중인 다나카 마사토, 1980년 생의 사회학자 가츠키 다카시가 공저한 책이다. 이 책을 출간한 성안당 출판사는 “××× 용어 도감”류의 책을 꾸준히 출간 중인데, 이 책 역시 그 맥락에 위치한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인물과 용어로 살펴보는’이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약 48명의 사회사상가를 설정해 설명하고, 그들과 연관된 수많은 개념어를 삽화와 간략한 설명을 통해 소개하는 책이다. 48명의 사회사상가는 연대기 별로 ‘근대의 서막’, ‘근대에서 현대로’, ‘미래로’ 세 시기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고전 사회학자, 중기 사회학자, 현대 사회학자로 분류되어있다고 보아도 무방한 분류이다.

이 책이 분류한 48명의 사회사상가는 매우 다채롭다. 나름 사회학을 열심히 공부해왔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회사상가를 새로 알게 되었다. 책에서 다루는 인물을 사회학자가 아닌 사회사상가라고 칭하는 이유는 이들이 모두 엄격한 의미에서의 사회학자는 아니기 때문인데, 그만큼 책은 광범한 사상가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영국, 미국, 호주 쪽의 사회학자를 새로 알게 되었고, 유럽 쪽 사회학자 역시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개념 설명의 경우에는 비교적 어렵고 까다로운 이론부터, 평이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까지 다루고 있고 이를 학자와 그리고 다른 개념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유기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다만 구성이나, 분량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념을 깊게 설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런 개념이 있고, 이런 내용이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이 매우 알찬 편이다.

다만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일본어 책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에는 한자어를 함께 사용한다는 데에 편리한 점이 있겠지만, 번역자께서 사회학의 용어를 살리시기보다는 일본어 어휘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시거나 일본에서 사용된 영어표현을 그대로 옮기신 것 같은데, 이 부분이 매우 아쉽다. 이 책은 이 자체로서 완결된 책이라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 사회학의 전체를 조망하고 그를 통해서 사회학 공부를 심화시키고 진척시키는 하나의 조감도로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런 학자가 있었고, 이런 개념이 있었네’ 느끼며 흥미로운 이론가에 대한 공부와 독서를 이어가는 것이 이런 책이 가진 장점이자 역할일 것인데 책에서 다루는 번역이 기존 사회학 용어나 번역서와 거의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의 연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그냥 이걸 이렇게 옮겼구나, 책이 이렇게 표기됐는데 이거 그 책일 텐데 하며 읽겠지만 일반 독자의 경우 책의 단어를 검색해도 관련 자료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번역자 선생님의 노고가 컸을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회학계에 계신 분께 감수를 맡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큰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책은 정말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스터디하면 좋을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스터디를 하게 되면 이 책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각자 관심이 가는 학자, 개념을 가지고 공부해와서 개념어와 함께 소개하면서 공부하면 좋은 책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을 포함한 사회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싶은 사람한테도 좋은 책이다.

여담으로 책을 보며 일본의 사회학이 매우 부러웠다. 이 책은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한국학자는 이런 책을 쓰지 못할 것이다. 한국학자가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축척하고 쌓아둔 번역된 자료가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의 여러 학자와 그 책을 모두 섭렵하고, 책을 쓸 수는 없다. 그건 평생에 걸친 작업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이런 학자들과 그들의 책을 자국어로 번역했다. 그러니까 타국의 지식을 번역을 통해 자국의 지적 자산으로 만들었기에 쓸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책 뒤에 나온 참고문헌은 외국어 다 일본어 도서이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이 책은 연구자의 성실함과 명민함과는 관계없이 쓰일 수 없는 책인 것이다. 이런 일본의 학술문화와 축척된 지식자본은 따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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