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저자 바우만이 말하는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낯설게 하는 것입니다. 바우만은 이 책의 최종목표가 사회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일반적인 습관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우만은 첨부한 사진(액체근대, 343p)의 내용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인간의 집합적인 가능성의 확장을 목표로 삼습니다. 무저항적 태도를 유지시키고 이런 태도에 지속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세계의 특징을 폭로하고 해명하는 역할이 사회학의 임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2. 출판사: 이 책은 서해문집에서 나왔습니다. 서해문집은 약 30년의 전통을 가진 출판사로, 역사·인문학 쪽에 특화된 출판사입니다. 지금까지 약 750여종 이상의 책을 출간한 중견출판사로 특히 한국의 고전을 다룬 <오래된 책방> 시리즈가 유명합니다. 저는 서해문집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읽은 이 책에 한정했을 때, 편집이나 만듦새가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3. 저자·역자: 이 책의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입니다. 사실 바우만만 하더라도 사회학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그렇게 큰 설명이 필요없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유대인, 사회주의자, 그리고 사회학자인 바우만은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액체근대>와 같은 학술작업으로 이미 유명한 학자이며 세계적인 지식인입니다. 그는 비판사회학의 전통 안에 있으며 기존의 사회를 기술·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촉구하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바우만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께선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은 사회학자이신 노명우 선생님께서 하셨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적절한 부연설명, 가독성을 포함해 번역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고 느꼈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덴마크의 사회학자 미켈 H. 야콥슨과 영국의 사회학자 시크 테스터가 바우만과 대담을 나눈 내용을 담고 있고 주제는 4개로 구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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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앞서 밝힌 사회학의 목적에 관해 논하고 독일에서는 구별되는 경험Erfahrung(세계와 교류하며 자아에게 생성되는 객관적인 것)과 체험Erlebnis(사건의 정서적인 반응이나 주관적인 것)을 구분하면서 영미사회학은 이를 모두 경험experience으로 이해하며 객관화 될 수 있는 것만 다루며 인간의 리얼리티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주관적 체험(리얼리티)의 문제와 사회학의 해석학적 역할을 강조합니다. ‘사회학을 왜 하는가’에서 바우만은 스스로 전쟁의 상흔 속에 있었던 인간의 비참한 리얼리티 때문에 사회학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사회주의에 관해 간략하게 다루고, 사회학의 소명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 방향 설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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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그는 자신의 개념화 작업(은유)의 방법에 대해 논하고, 그의 중심개념인 Liquid Modernity(책에선 유동하는 현대성으로 동명의 단행본은 액체근대로 번역됨)에 관해 설명합니다. ‘사회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바우만은 사회학의 목적을 다시 끌어오면서 사회학의 쓸모는 사람들이 마주한 삶의 문제와 그로 인한 분투 속에서 얼마나 적절히 연관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회학의 서비스 대상자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를 다루며 사회학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하며 책이 마무리됩니다.

5. 느낀점·시사점: 저는 이 책을 간략하게 짚었고, 전체적으로 책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로 넘쳐났습니다. 이 책은 학술의 세계로 숨어버린 사회학과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끊임없이 의심받는 사회학의 현실에 대한 한 비판사회학자의 해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바우만이 제시한 사회학의 목적은 제가 거듭 강조한 부르디외의 목적과 많은 부분 유사하고, 바우만도 그것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어쩌면 비판사회학의 그렇고 그런 목표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 바우만은 다른 비판사회학들과는 충분히 구별되는 지점들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이 제겐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과연 사회학은 무슨 쓸모를 가지고 있는가, 사회학의 목적과 소명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께서 읽어보시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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