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에 관한 정교한 분석,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태극기는 보수 혹은 극우의 상징이 되었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태극기는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상징이었으나, 2016년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와 문재인 정권 이후 문제가 된 태극기 집회의 연속 안에서 태극기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함께 극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먼저 이 책,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은 한국 교회의 보수 혹은 극우 개신교도에 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해를 넘어 정교한 이래를 목표로 보수/극우 개신교에 대한 정치(精緻)한 분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우 다채로운 관점에서 이들을 다루고 있다.

우선 책의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은 보수 개신교인에 대한 사회조사다. 이 집단에 대한 사회조사는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는 ‘표적 집단 면접 조사’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거나 (지방의 경우) 참여할 의향이 있는 사람을 20대부터 70세 미만까지 30여 명 선정하여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다음으로는 설문 조사인데,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의 개신교인 중 보수적 성향을 가진 570명을 표본으로 진행된다. 이 조사를 중심으로 한 글 두 편이 책의 서두에 자리하고 있다.

이어지는 글은 극우 개신교에 대한 분석과 비평이 중심이다. 최경환 선생님은 공공신학과 교회의 정치에서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극우 개신교의 정치 참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개신교의 정치 참여가 지향해야 할 대안을 제시한다. 송인규 선생님은 ‘극우적 사고’에 초점을 맞춰 극우적 사고가 현실적, 종교적 차원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이를 복음주의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배덕만 선생님은 교회사학자답게 근본주의와 정치적 극우의 융합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시행한다. 미국의 근본주의와 한국 근본주의 접합, 그리고 한국의 근본주의자의 역사적 궤적을 추적한다. 김지방 선생님은 2000년대 교회의 정치 참여와 2020년의 교회의 정치 참여를 비교하면서 이 차이를 서술하고 한 편으로는 개신교 내부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정교분리를 재고해야 함을 지적한다. 김현준 선생님은 호프스태더의 반지성주의 논의에 기대어 한국 개신교 내부에 극우파의 출현을 반지성주의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책은 먼저 다채로운 시각에서 쓰였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학자, 기자, 신학자 등이 필진으로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글 서두에 2편이 다루고 있는 사회조사다. 표적 집단 심층 면접, 그리고 570명을 표본으로 하는 설문 조사는 그 자체로 보수 개신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여러 측면에서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이들은 무엇 때문에 보수 개신교인으로서 자각이 시작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정보량이 정말 많기에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사회조사에 대한 아쉬움이라면 심층 면접에 있어서 대졸자가 과잉 대표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30여 명 정도의 표본 중, 대졸 미만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4명에 불과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저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 사회조사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총 7장 중 4장 정도는 종교의 여부와 관계없이 극우/보수 개신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내용이고, 이 현상을 종교의 입장에서 다루는 장에서도 현실적 분석이 선행되기 때문에 얻을 정보가 많다는 말씀을 드린다. 책을 읽고 극우/보수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기존보다는 구체적으로 잡히게 돼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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