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션 – 제주 4·3에 관한 책들

4월 3일은 제주에 역사의 비극이 시작된 날입니다. 이 사건은 해방 후 미군정부터 시작됐고, 이승만 정권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에 걸쳐 남로당 축출을 근거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살은 물론이고 살인, 강도, 강간 등 숱한 비극이 펼쳐집니다. 이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곤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큰 학살 사건이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사건이 주변화되어 민주화 이후에도 한동안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사건이 다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제주 4·3 사건을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저는 남로당 축출을 근거로 한 국가폭력으로 이 사건을 보고 해석합니다. 제주 4·3에 관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1.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서해문집

이 책은 제주 4·3 입문서로 제가 가장 추천하는 책입니다. 허영선 선생님은 제주 4·3사건을 꾸준히 다루어 오신 분입니다. 구어체로 된 이 책은 제주 4·3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서 접하시기에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먼저 책은 제주 4·3의 전체적인 맥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게 그것을 서술하고 있기에 제주 4·3 입문서로 가장 적합합니다.

2. 지슬,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서해문집

‘지슬’은 제주도 방언으로 감자를 가리킵니다. 이 지슬은 오멸 감독의 영화 원작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이 책은 4·3을 겪은 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 4·3을 겪은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 사건을 실화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두고 있고, 실제 우리는 ‘관광지’로 인식하는 장소가 학살의 장소였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마을 사람 120여 명이 정방폭포에서 학살당해 바다에 버려지기도 하죠. 오멸 감독이 말하듯, 우리에게 낭만으로 다가오는 제주도의 한편에는 그런 그늘이 존재했던 겁니다.

3. 4·3과 제주역사, 박찬식, 각

이 책은 제가 구비하지 못하고 있어서 이렇게 도서관 책으로 사진을 올립니다. 사실 도서관에 있는 책은 2008년 판이고,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201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저도 고가라서 구비하지는 못했고, 살펴본 적만 있는데요 이 책은 제주 4·3에 관한 책 중 가장 학술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제주 4·3을 잘 모르기에 제한된 경험 안에서 드리는 의견이란 걸 말씀드립니다. 제주 4·3에 관한 정치한 학술서를 보고 싶은 분께서는 이 책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4.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제주4·3연구소, 각

이 책은 제주4·3연구소에서 기록한 제주 4·3과 여성의 일상을 다룬 구술 채록집입니다. 구술사 연구로 구술을 통해 새로운 사회과학적 해석을 시도하는 책은 아니고요, 단순히 그 시간을 겪었던 1920~30년대생 여성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이 4·3 이전과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도 그랬듯, 제주 4·3을 단순히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기에는 그 안에는 수많은 개인의 일상이 존재합니다. 국가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개인의 삶에 어떤 비극적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기에 좋습니다. 이 시리즈로 올해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은 신간 소개 때 다루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