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이 책,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은 세월호 참사와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다룬 학제 간 연구서로 철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법학, 문화학, 신학, 인지신경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과학문을 가로지르며 세월호 사건을 조명하는 책입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세월호 이후를 준비하는 사회의 연대를 정치하게 학문적으로 지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저술된 책입니다. 또한 이 책은 이전의 역사적 유산, 대표적으로 5․18 진실 규명운동의 역사성과 성과를 염두에 두며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2. 저자: 이 책은 제가 소개한 세월호 저서 중에 가장 다양한 필진이 참여한 책으로, 14명이 공동집필했습니다. 이 책의 필진은 분과 학문적 다양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신/구 연구자가 다양하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또 학교에 소속된 연구자와 대안연구공동체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또 가치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각각 3부, 14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각 장을 소개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고 큰 주제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각각의 부는 고통, 국가, 치유를 키워드로 합니다. 참사의 고통을 다룬 1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야기한 사회적 고통이 사고-보상 프레임과 세월호의 사건성을 부인하려는 상황을 통해 은폐, 축소, 왜곡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살핍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사물화되는 과정을 지적하고, 이런 분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애도는 어떻게 가능한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가를 다루는 2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사회정치적 의미와 이것을 가능케 한 역사적 조건을 다양한 수준에서 분석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배의 침몰,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것이 결합된 사건이고, 또한 이 부분에서는 이런 사회정치적 조건 속에서 반복되는 사고의 작동방식과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분단체제의 내면화, 교육에서의 안전불안증 등의 주제로 세월호 참사와 참사 이후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세월호 이후의 치유의 문제를 다루는 마지막 3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및 안전 사회,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사회적 연대, 피해자의 정치적 주권화, 사회구조의 변화 등의 총체적인 수준의 전환만이 세월호 문제의 사회적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배(보)상, 피해자와의 연대와 지지, 기념과 추모, 치유와 회복 등의 다양한 문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4. 감상: 책에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이재승 선생님은 세월호 사건을 ‘국가범죄’로 명료하게 정의합니다. 이 참사는 국가가 생명 안전의 의무를 외면/회피하고, 기업의 부패와 결합한 ‘국가·기업 범죄’이고, 해경 및 구조 본부의 조직적인 부작위는 전형적인 국가 범죄이며, 참사 이후 정부와 여당(당시 새누리당, 현재 미래통합당)의 희생자 모욕과 부인은 ‘참사 후 국가 범죄’로 ‘국가·사회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비교적 객관적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사회과학적 접근인 반면,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은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니 참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세월호 6주기를 맞이하며 홍준표 씨는 “세월호는 해난사고일 뿐, 정치에 이용마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렸듯, 세월호 참사는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데 이 사고는 국민이 국민의 안전, 생명,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한 국가가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지 못한 사건입니다. 안보는 안전보장의 준말인데, 세월호 사고는 ‘안보’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북한 때문인지 안보를 군사적 적대로만 이해하는데, 세월호 사고 역시 안보 문제입니다. 그리고 보수주의를 참칭하면서도 안보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부인, 왜곡, 축소, 은폐하는 보수주의자는 사이비 보수주의거나 자기 철학도 모르는 머저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1. 핵심: 이 책, <국가 이성 비판>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지, 국가를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 책입니다. 국가의 실상은 어떻게 되는지, 국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국가는 어떻게 주술화 되었는지, 또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2. 저자: 김덕영 선생님은 제가 존경하는 사회학자입니다. 정말 대체불가능한 작업을 하시는 분이시죠. 김덕영 선생님에 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한 적도 있으니, 2019년 12월 18일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종이 국가(페이퍼컴퍼니를 비유), 키클롭스 국가(신화의 괴물), 마름 국가(재벌과의 유착), 콤플렉스 국가(친미·반공 콤플렉스)로 규정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를 설명합니다. 이는 국가의 현상학인 겁니다. 2장에서는 국가의 계보학을 다룹니다. 여기에서는 한국은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핍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시간 순으로 친일에 기반한 반공·친미적 비자주적 국가, 연고주의(지연·학연 등의)에 기반한 비보편적 국가, 재벌과의 동맹에 기반한 비사회적 국가, 기능적 미분화에 기반한 비근대적 국가로 한국 근대국가의 발전을 설명합니다.

*기능적으로 미분화되었다는 것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정치·경제·문화·예술·종교·교육·학문)이 고유의 가치와 고유의 논리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정치, 경제와 같은 한 영역에 종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정치영역은 또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고 각자 고유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행정부와 사법부가 유착을 한다면 그것은 미분화된 사회인 것입니다.

3장에서는 국가가 국민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의식하지 못하도록 국가 자체를 주술적으로 믿고 신뢰하고 애국하게 하는 ‘국가의 주술화’ 문제를 다룹니다. 여기서는 중심적으로 경제·국가주의적 주술을 다룹니다. 한국은 개인의 의미, 생명, 존엄보다는 경제발전이라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진국은 곧 개인소득 4만 달러로 상상되는 경제주의적 주술에 빠져있음을 말합니다. 또 한국은 개인보다는 집단, 집단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데, 이는 국가주의적 주술화로서 이를 통해서도 개인은 말살되죠. 이어서 책은 당시 이슈가 되었던, 국정교과서와 국립국어원의 언어 정의를 통해 생활에 깊게 뿌리잡은 경제·국가주의의 모습을 분석합니다.

4장, 국가의 탈주술화에서는 경제·국가주의적 주술화의 대안을 모색합니다. 근대화는 단순히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정치·법·경제·과학·예술·윤리·종교·교육·가족·생태·에로스 등의 다양한 사회·삶의 영역이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볼 때 경제는 광범한 과정의 한 부분임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의 다양한 영역의 가치가 존중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경제에서 사회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 국가에서 개인으로 전환함으로써 국가주의를 탈주술화 할 수 있는데,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생명과 존엄보다는 국가의 위신과 명예를 중시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지적하며, 국가의 개인이 아닌 개인의 국가를 지향하며, 인류로서 개인을 성찰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4. 감상: 저는 김덕영 선생님의 거의 전집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이 이런 책을 쓰셨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원래 이런 작업을 안 하시는 분이 얼마나 애통하면 이런 작업을 하셨을까 싶은 겁니다. 파토스가 절절한 책입니다. 김덕영 선생님을 모르시는 분은 김덕영 선생님이 악성 국까(?)라고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비판의 수위가 세고 다른 책에 비해 주관적인 평가가 많은 편입니다. 다수 사이에서 단 한 번 뵌 것이 전부지만 김덕영 선생님의 이런 비판 안에는 한국이라는 국가보다는 한국사회의 구성원, 개인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된다는 걸 아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김덕영 선생님의 다른 작업에 비해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기도 해서 김덕영 선생님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러난 국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핵심: 이 책,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에 제기한 문제에 답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또 세월호 참사의 성격이 지난 선박 침몰사고나 한국의 각종 재난의 되풀이인지, 이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공성’의 측면에서 분석하는 책입니다.

2. 저자: 이 책은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서 기획한 책으로, (아마도 )사회학을 전공한 8인의 사회학자를 중심으로 집필된 책입니다.

3. 내용: 이미 소개한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가 세월호 참사를 사회과학 분과에서 다각적으로 탐구했다면 이 책은 세월호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공공성의 문제로 전환시켜 재난을 대처했던 국가의 사례를 통해 한국은 어떤 대안을 구축해야할지 고민하는 책입니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는 3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1-3장은 세월호 참사의 일반적인 분석과 책의 초점이 되는 공공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4-7장에서는 각각 일본(후쿠시마 원전 사고), 미국(카트리나 허리케인 자연재해), 독일(탈핵 결정과정), 네덜란드(대홍수와 재발방지 대책)의 사례를 통해 재난과 공공성의 관점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별 사례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8장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4. 감상: 이 책 역시 세월호 참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데에 유익한 책입니다.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는 6명의 필진이 각자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 책은 8명의 필자가 재난과 공공성의 측면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통일성 있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고, 해외의 사례를 깊이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구별됩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을 몇 개 얘기해보겠습니다. 책 1장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을 추적하며 왜 이 사건이 이렇게 발생했는지를 13가지 질문을 통해 묻는데 질문 하나하나가 쉽지도 않고 세월호 참사에 관여한 사회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게 해줍니다. 또 2장에서는 세월호 사고가 과거형 사고임을 말합니다(일부 앞의 책과 중첩되지만). 한국은 이전에 있었던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삼풍백화점 사고 등의 재난 문제에서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고 세월호 사고 역시 그 맥락 속에 존재하는 반복이자, 고질적 문제임을 지적합니다. 더불어 3장에서 다루듯, 한국은 공공성 인식이 OECD 국가 중에 매우 낮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제고되어야함을 이야기하죠. 원론적이고 재미없는 제안이지만 각자도생과 생존으로 긴박한 한국에서 그만큼 지난하고 중요한 문제일 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는 양면적인 교훈, 긍정적 유산과 부정적 유산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영향이 강한 한국인만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탈핵을 위한 독일의 40여 년의 문제해결, 그리고 1953년의 대홍수 이후, 이 과거형 재난을 통해 미래의 재난을 끊임없이 문제화하고 방지 대책을 세우는 네덜란드의 사례는 모범적이라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도 저는 아주 미미한 힘밖에 가지지 못한 현실이 가장 답답했지만, 그럼에도 희망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재난의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 (현재진행중이라 가변적이지만) 한국의 대처가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데 사후에는 정부의 정치적 역량, 관료의 역량, 그리고 시민의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언제나 더 나은, 더 좋은 사회를 꿈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재난이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이유에는 위로뿐 아니라, 저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 것입니다.

1. 핵심: 이 책,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는 세월호 참사라는 사회적 사건이 제기한 한국사회의 문제에 사회과학이 답하는 책입니다. 다양한 사회과학 분과(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지리학)의 저자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책입니다.

2. 저자: 책의 저자는 총 여섯 명입니다. 저자들은 이재열, 홍찬숙(이상 사회학), 이현정(인류학), 강원택, 박종희(이상 정치학), 신혜란(지리학)으로 구성돼있고, 다 서울대학교에 소속을 두고 계신 학자 분들입니다.

3. 내용: 총 6장인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참사가 만들어낸 사회를 분석합니다. 1장 “세월호 참사, 시스템 이론으로 본 원인과 대책”은 참사의 문제를 시스템(체계) 차원에서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측면에서 참사의 원인과 구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합니다(사진 2, 3). 2장 “위험사회와 정보유포매체와 세월초 참사의 ‘국민재난’ 되기”는 울리히 벡, 루만, 벤야민 등의 사회이론가의 대중매체에 관한 논의를 기반으로 한국사회에 적용해 이 참사가 이를 어떻게 재난으로 만들었으며 어떤 정치적 주체를 만들어냈는지 분석합니다. 3장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 고통: 표상, 경험, 개입”은 인류학의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가 야기한 고통의 중층적인 성격을 분석하며 무엇이 고통을 가속화했는지 파악합니다.

4장 “사회적 이슈와 정치갈등: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는 한국의 강력한 대통령제와 승자독식형 양당구조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갈등으로 점철되었는지를 분석합니다. 5장 “왜 세월호 참사는 극단적으로 정치화되었는가? - 재난정치의 딜레마”에서는 재난정치 이론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가 극단의 정치로 탈바꿈하게 된 과정을 분석합니다. 마지막 6장 “기억의 영토화: 세월호 기억공간의 형성 과정을 사례로”에서는 단원고의 기억교실, 광화문 광장, 제주 기억공간을 중심으로 세월호를 둘러싼 기억의 형성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4. 감상: 개인적으로는 1, 3, 4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장에서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세월호 사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데, 이것을 통해 과잉정치화 되었던 당시의 사건의 원인분석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론으로 사용하는 ‘숙성형 사고(incubated accidents)’는 위험한 상황이 안전으로 인식된 상황이 누적되며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사가 풀렸는데도 아직 떨어지지 않은 선반을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언제 떨어져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것처럼. 저자가 말하듯,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사회개혁을 준비하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인류학 작업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유가족을 위해 활동했던 필자의 시선이 인상 깊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피해자의 고통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심층적으로 그려냅니다. 언론은 생존자에게 “친구가 죽은 거 알아?”라고 묻는가하면 안산을 “노동자 계급의 도시, 외노자의 도시”로 정체화해서 고통을 가중시켰고, 또 정치와 유가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있었던 전문가의 개입(방문해서 ‘자살하고 싶냐’ 묻는 심리치료사 등)이 고통의 원인이 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역시 앞으로의 재난에 있어 재발방지를 위해 고민할 문제일 겁니다.

5장은 세월호의 극단적 정치화(당파적 정치화)가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세력과 행정부의 문제 같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제와서야 이게 진실인 게 밝혀졌습니다. 여기서의 담론 분석은 당시의 여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문제를 정치화시켰는지 보여주며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피해자를 어떤 의미의 공간에 가둬뒀는 지 알 수 있습니다(사진 4).

책은 논문모음집이다보니 쉽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아 일반적인 독자분도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여전히 세월호가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잘못의 경중이 분명하지만, 문제를 확대해보면 저 역시 일부의 방조자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일상적 안전에 대한 관심이 세월호를 추모하는 한 방법일 것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사고의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단 한 명의 사회학자의 책만 지구에 남겨놓을 수 있다면, 어떤 사회학자를 선택할 건가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도 베버와 뒤르켐 둘을 두고 한참은 고민할 것 같습니다. 고민 끝에 어렵게 한 명을 선택하겠지만요.

어제는 뒤르켐의 생일이었습니다. 사회학의 역사에서 굴지의 업적을 가진, 또 신학과 철학으로 점유된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사회학을 다른 분과학문과 구별되는 하나의 과학으로서 만든 인물입니다.

뒤르켐의 4대 저작으로는 <사회분업론>,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자살론>,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가 있습니다.

<사회분업론>은 뒤르켐의 박사논문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저서이며 사회학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저작입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근대세계의 특징을 서술하는데요, 기계적 연대와 유기적 연대가 여기에서 나와요. 전통사회는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였던 반면 근대사회는 그럴 수 없고, 서로 차이를 가지고 서로에게 의존해야 사회가 성립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합니다. 또 그 유명한 아노미가 이 책에서 나옵니다.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은 사회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사회적 사실’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뒤르켐은 사회학이 사유와 사색을 통해 연구되는 철학과 다르게 ‘경험과 사실’을 통해 연구되어야함을 제시하고, 사회적 사실을 인간 내적인 것이 아닌, 인간 외부에서 인간을 강제하는 것으로 개념화하면서 심리학과 구별되는 위치로 사회학을 정초합니다. 사회적 사실은 인간 외부에 존재하며 인간을 강제함과 동시에 인간 내부에 자리잡는 이중적인 제약인데요, 이는 개인과 사회를 가로지르며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자살론>은 아마도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일 겁니다. 자살론에서 뒤르켐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자살을 사회적인 문제로 전환시킵니다. 지금에선 비판받을 내용이지만, 뒤르켐은 자살이 정신적 문제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병사보다 장교의 자살이 더 많은 것을 밝히는데 이는 통념과는 다른 과학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든 이기적/이타적/아노미적/숙명적 자살 등의 이런 유형론은 너무나 유명하죠. 지금에 와서 비판받지만 뒤르켐은 여기서 통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변화였을 겁니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는 뒤르켐 후기저작으로 뒤르켐의 사상이 농축된 작업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여기에서 뒤르켐은 칸트의 근대적 인식론을 사회적 인식론으로 극복하고, 종교 연구를 통해 사회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뒤르켐은 성/속의 구별로서 종교의 구획을 설정하고, 사회의 관념이 토템으로, 토템이라는 비인격적 힘을 향한 숭배가 사회의 도덕적 의무로 이어지는 사회=신, 사회구성원=신도라는 유비를 통해 사회를 설명합니다.

이외에도 달력, 시간 등의 분류 이면에 숨겨진 원인을 탐구하는 지식사회학 작업인 <분류의 원시적 형태들> 같은 책도 중요합니다.

뒤르켐 단독 입문서는 아쉽게도 절판이고, 입문을 위하신다면 김광기 선생님이 쓰신 <뒤르켐 & 베버>를 보시길 바랍니다. 뒤르켐 단독 연구서로는 민문홍 선생님의 <에밀 뒤르케임의 사회학>, 김덕영 선생님의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을 추천해드립니다. 오늘은 간략히 했고, 언젠가 천천히 뒤르켐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담: 뒤르켐인가, 뒤르케임인가? Émlie Durkheim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인 알자스-로렌 지방 출신입니다. 그 소설에도 알 수 있듯, 그 지역은 독-불 접경지이자, 독일어권 생활권이기도 해서 프랑스의 Durkheim 학회장은 그 지역의 언어 생활(독일어)을 반영해 뒤르케임(아마 정확히는 두어카임 정도)으로 읽기를 제안했고, 생전 Durkheim은 편지에 나는 프랑스인이니 뒤르켐(아마 정확히는 뒤흐캉 정도)으로 말해주길 요청했다고 합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저 둘을 그냥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하니, 그냥 편한대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짧아서 뒤르켐파입니다.

1. 핵심: 예수가 처형을 당할 때 고작 몇 백 명이던 유대교의 한 종파, 기독교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 바로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입니다. 저자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의 발흥>에서 초기 기독교의 제한된 주제를 다뤘다면, 이 책은 예수 탄생 이전부터 현재까지 기독교의 역사까지를 광범하게 포괄해 사회학의 관점에서 기독교 역사를 재조명하는 책입니다.

2. 저자: 로드니 스타크는 미국 종교사회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학자입니다. 사회학자들은 과학이 발달할수록 세속화, 즉 종교가 사회에서 점차 영향력을 상실해갈 것을 예측했고, 일부는 종교를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스타크는 종교를 상수로 설정하고, 개인이 종교 행위를 할 때 다른 삶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합리성의 근거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합리적 종교 선택이론”이죠. 구체적으로 경제활동에서의 수요/공급의 법칙 같이 종교활동에서도 투자(헌신, 희생) 대비 보상(종교적 효능감, 현세/내세의 보상, 종교공동체의 유대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겁니다. 이 책 역시 이 관점에서 기독교를 재해석합니다.

3. 내용: 책은 앞서 말했듯, 예수 탄생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수로 시작된 예수운동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교회사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의미있는 사건을 추려내고, 기존의 통념과는 반대되는 해석들을 제시함으로써 흥미롭고 독특한 시선을 전해주는 부분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중에 몇 가지 내용을 이야기해봅니다. 우선은 초기 교회사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질병, 여성과 여성에 관한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고대의 전염병은 말 그대로 재앙 그 자체였는데, 기독교인들은 이를 시험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고 일상을 살면서 이웃을 보살피는 실천을 보여줍니다. 다른 공동체와 구별되는 이 자선은 기독교의 성장요인이 됩니다.

초대 기독교는 여성에 대해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당시 사회에서는 여아를 유아 살해하고, 여성을 12살부터 결혼하게 하거나, 낙태를 강요하던 사회 일반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기독교는 이와 다르게 유아 살해, 조혼 금지, 낙태를 금지하고(지금의 맥락과는 다른), 여성이 종교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합니다.

중세를 다루며 스타크는 중세를 “암흑의 1000년”이라고 말하는 것이 신화이며, 오히려 신이 창조한 세계의 질서를 탐구하는 기반이 된 중세 스콜라신학이 과학을 발전시켰으며 르네상스가 신화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스타크는 앞서 언급한 ‘세속화’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종교를 비이성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종교가 쇠퇴할 것이라는 분석에 실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종교의 영향이 증대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4. 감상: 이 책은 기독교 역사를 알던 종교인에게도 또 교양으로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비종교인에게도 모두 유익할 책입니다. 로드니 스타크는 논쟁적인 저자입니다. 그의 독창적인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반박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핫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로드니 스타크는 일견 기독교를 옹호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저도 그가 종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종교개혁이 이단이 아닌 것은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회학자입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기독교의 승리를 실증해주는 책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보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을 반감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스타크의 서술을 정직하게 읽고 고민해보는 것이 비/종교인 모두에게 유익하면서도 이것을 생산적으로 점유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핵심: 이 책 <은유로 사회읽기>는 부제 ‘사회이론으로의 초대’에서 볼 수 있듯, 인류의 가장 오래된 생각의 도구인 ‘은유’를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고, 또 이것을 통해 ‘사회이론’에 생생하게 입문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은유로 사회를 관찰함으로써 더욱 깊게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像)을 구축함으로써 이것이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 저자‧역자: 이 책의 저자 대니얼 리그니는 미국 세인트메리대학교의 사회학 명예교수로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이론, 지식사회학, 종교사회학, 문화사회학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사회이론을 가르친 선생답게 쉽지 않은 사회이론을 은유를 통해 쉽게 풀어내는 내공이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자 정보를 오랜만에 언급하는데요, 역자인 박형신 선생님은 사회학자이자 한국사회학계에서 손꼽히는 번역가십니다. 중요한 책들을 정말 많이 번역하셨는데, 그래서 이 책도 그냥 믿고 볼 수 있었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말 그대로 은유로 사회를 읽는 시도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회는 관찰하는 것은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고,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한계적인 관찰자라는 데에서 책을 시작합니다. 개인은 사회학을 공부했든, 그렇지 않았든 이미 일상적으로 사회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회이론가입니다. 사회를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 중에서도 은유를 통한 방법을 다루는데, 은유는 단순히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형시키고 개인의 행위를 추동할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이라는 것을 말하고 이 방법의 장‧단점을 다루면 시작됩니다.

책에서 다루는 은유의 방법은 8개입니다. 각각 ‘생명체’, ‘기계’, ‘전장’, ‘법질서’, ‘시장’, ‘게임’, ‘연극’, ‘담론’입니다. 일례로 사회를 연극으로 은유할 때, 사회적 역할(배역), 리허설, 무대, 캐스팅, 의상과 소품, 배우와 관객, 각본과 연기 등을 통해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은유를 통해 시작되는 장은 어빙 고프만, 빅터 터너 등으로 대표되는 연극이론가들의 사회이론의 핵심에 도달하며 설명이 이어지고 이 부분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사회를 생명체로 은유할 때, 저자는 생명체로 사회를 통찰했던 아주 원초적이고 기초적인 입장부터, 파슨스와 현대의 기능주의자 그리고 현대 생물학자의 분석까지 논의를 확장시키는데 이 부분에서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기초에서 시작해서 심층까지 소개하는 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죠.

다양한 분석을 마친 뒤, 마지막 ‘은유 분석 가이드’에서는 은유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준거를 제공하며 마치고 있는데, 저자가 제안하듯 여기부터 읽고 본문을 읽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4. 느낀 점: 이 책은 한울엠플러스의 서평 지원을 통해 작성됐지만, 사실 제가 너무 읽고 싶어서 먼저 제안을 드려 리뷰하게 된 책입니다. 역자 후기에서 박형신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시듯 이 책은 사회이론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하고도 정확한 책인 것 같습니다. 또 책은 사회이론으로 고대부터 내려오는 사회사상과 현대의 학제적 연구를 포괄하고 있고 또 미국사회학을 이해하는 데에 용이한 장점도 가지고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회이론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추천할 책입니다.

<착취도시, 서울>

1. 핵심: <착취도시, 서울>은 ‘쪽방’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주거와 빈곤문제를 중심으로 다루는 책으로, 단순히 사람들이 처한 참상을 알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 빈곤을 야기하는 착취의 연쇄과정’을 드러내는 한 기자의 르포이자 기록물입니다.

2. 저자: 책의 저자 이혜미 기자는 “언론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야 한다”는 이용마 기자의 철학을 중심으로 2015년 부산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서 현재는 한국일보 기획취재부를 거쳐 정치부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기자생활 약 6년차이지만, 이미 훌륭한 취재로 다양한 수상을 하셨고, 그중에서도 제게 인상 깊은 것은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 같습니다. 이 책 역시 탐사보도의 결과이죠. 이 책은 사실을 전하는 기자의 글답게 한 편으로 정직하지만 기사는 아니기에 기자가 가진 속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고, 기자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필치 역시 이 책의 장점입니다.

3. 내용: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있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일명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아래 쪽방이라는 주제로 쪽방 거주실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018년 있었던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으로 드러난 쪽방 문제를 시작으로 쪽방 거주민의 거주 실태와 그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이 쪽방을 유지하고 있는 ‘빈곤 비즈니스’에 관해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빈곤 비즈니스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입니다. 최저의 생활여건도 보장되지 않는 쪽방의 최빈곤층을 통해 돈을 버는 건물주의 악행을 폭로하고, 한 번 쪽방에 들어서면 왜 빠져나올 수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기록합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착취의 연쇄과정’입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대학가 신쪽방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작은 ‘주거 난민’ 시절을 겪었던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2부는 주로 대학가, 구체적으로는 사근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여기에서도 저자는 ‘착취의 연쇄과정’을 드러내는데,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과 임대업자들의 불법과 정치적인 악행들로 인해 환경이 개선될 수 없는 조건들을 여실히 폭로합니다. 저자에게 서울은 청춘에게 더욱 처절한 도시이며, 동시에 대중매체를 수놓은 서바이벌 경연의 현장으로 비춰집니다.

4. 느낀 점: 매우 불편한 책입니다. 쪽방의 현실 자체로도 충격적이고 불편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한 편으로 이런 절대빈곤층을 대상으로 상식적인 수준이라 볼 수 없는 입대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고 이것이 이 비참한 체제를 영속화한다는 겁니다. 지자체나 시민사회가 쪽방 문제를 다루려고 하면 되려 빈곤층을 볼모삼아 문제를 은폐하고, 지자체에서 쪽방주민을 위해 지어준 편의시설로 인해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현실이 암담했습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이것을 문제제기하고 이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와 대책이 나와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제기와 빈곤의 연쇄를 그려낸 것이 훌륭하게 느껴졌고요.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빈곤층을 평면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빈곤층의 열악함을 물론이고 이들의 무례함과 허세도 정직하게 기술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것 역시 가감하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이 책이 널리 읽히고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비합리성을 떠받드는 정당성의 문제에 골몰해볼 생각입니다.

1. 핵심: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는 부르디외와 샤르티에의 대담집으로, 부르디외의 장황한 수사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르디외의 사회학을 보다 더 평이하면서도 수준높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부르디외 사회학의 전반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2. 저자: 이 책은 부르디외와 아날학파 4세대의 역사학자 로제 샤르티에의 대담입니다. (부르디외는 스킵) 샤르티에는 <프랑스 출판의 역사>라는 기획을 통해서 ‘책, 출판의 역사’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은 권위있는 학자죠. 여기서 샤르티에는 부르디외의 인터뷰어에 가깝지만 샤르티에 자체도 대학자일 뿐더러 부르디외를 워낙 잘 이해하고 있기에 대담의 수준 자체가 매우 높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총 5장이에요. 1장 ‘사회학자의 직능’에서 부르디외는 “과학 자체에 과학적 시선”을 돌려주고, 이미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모든 것을 문제시 삼는 사회학과 사회학자의 역할에 관해 설명합니다. 2장 ‘환상과 인식’에서는 은폐된 지배의 메커니즘으로 인해 만들어진 ‘환상’을 폭로하며 ‘인식’으로 나아가야 사회의 예속에서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어지는 ‘구조와 개인’에서 부르디외는 구조주의(객관주의), 실존주의(주관주의)의 이분법은 허상이며 이를 지양하면서, 사회학자는 객관적 위치와 주관적 관점을 모두 포괄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4장 ‘하비투스와 장’에서 부르디외는 인간이 단순히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가 아닌, 내면 깊숙한 속에 체화된 모종의 성향체계(하비투스)를 지닌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존재라고 밝힙니다. 하비투스는 구조와 행위라는 극단 속에서 창조적 길을 낸 개념으로, 구조화된 구조이자 구조화하는 구조입니다. 또 하비투스는 기존 구조주의와는 다른 열린 성향의 체계임을 강조합니다. 이어서 부르디외는 장(field)에 관해 설명하고, 이어지는 5장에서 부르디외는 당시 연구하고 있었던 ‘마네, 플로베르, 미슐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장의 탄생을 다룹니다. 장이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예술, 학문 등의 독자적 가치를 가지고 분화된 근대사회의 사회적 공간인데요, 여기서 부르디외는 마네의 인상적인 예를 통해서 장의 탄생을 설명하고 제가 느끼기에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같습니다.

4. 느낀 것: 부르디외는 대담을 통해 자신의 이론세계를 여러 번 설명했던 학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평이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부르디외가 가지고 있었던 고뇌나 유머같은 것들을 잘 살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글에선 언제나 치열한 부르디외인데, 역사를 이야기하다가 “내가 샤르티에 (권위있는 역사학자) 앞에서 역사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하는 웃긴 내용도 있고, 프랑스에서 주변적 위치에 있었던 사회학을 정상과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했던 그의 고민, 프랑스 지성계에서 겪은 고뇌와 치열함이 그대로 나타나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이상길, 배세진 선생님의 번역과 적재적소에 나오는 부연설명 등이 매우 유익하기도 합니다. 책이 묵직하지는 않은 편이고 가벼우면서도 깊은 부르디외를 만나보시기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1. 핵심: <아틀라스의 발>은 한국에 부르디외가 수입된 지 20여 년이 지나 집대성된 부르디외에 관한 연구서로서, 제가 판단하기에 한국어로 쓰인 부르디외에 관한 연구서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연구서입니다. 이 책은 포스트식민 상황이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부르디외에 관한 전기, 부르디외 이론에 관한 연구, 부르디외 이론을 통한 경험연구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분이 매우 정치(精緻)하게 쓰였습니다.

2. 저자: 이상길 교수님은 제가 존경하는 연구자 중 한 분으로 한국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신 뒤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셨고, 현재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계십니다. 푸코, 부르디외에 관한 굵직한 번역서와 경험연구를 병행하시는 학자시고, 하시는 작업 하나하나 굉장히 완성도가 높고, 한국의 부르디외 연구자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문가세요.

3. 구성: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 '지식인의 초상'은 부르디외의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기할 것은 이 부분이 단순히 부르디외의 생애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디외의 분석 틀을 가지고 그것을 부르디외에게 돌려주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르디외는 어떤 사회적 영향을 통해 성장했는지 밝히고, 부르디외의 작업과 프랑스 지성계에서의 부르디외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2부 이론적 지평은 부르디외의 사회학 이론을 심화적으로 다룬 연구서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장(field)이론, 언어 이론 등 그의 핵심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좋은 내용이고요, 특히 5장 장이론의 재구성 같은 경우 장이론을 이해하는 데 매우 탁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수용의 단층에서는 부르디외의 이론을 어떻게 한국적 맥락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능동적으로 연구한 저자의 경험적 연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4. 책의 필요: 먼저 이 책은 부르디외에 관한 입문자분들이 보시기에는 1부와 2부 장이론의 재구성을 보시면 부르디외의 개인, 학문세계와 이론의 핵심을 파악하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다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 1부의 경우에는 한국어로 부르디외에 관한 개인, 학문세계를 이 정도 밀도로 서술하는 책이 없기 때문에 연구서지만 입문자들께서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그리고 2부 이론적 지평의 경우는 부르디외에 관한 조금의 기본지식을 갖추신 다음에 보시면 더욱 도움이 되실 것 같고요, 마지막 수용의 단층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5. 느낀 점: 이 책의 제목이 '아틀라스'의 발인 이유는 부르디외의 마지막 강의에서 나온 “성찰성이란 세계를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의 두 발이 어디를 딛고 있는지 질문하는 일입니다.”라는 말 때문입니다. 제 계정의 이름이 아틀라스인 이유도 그렇구요. 부르디외의 성찰적 사회학이란 당연시되는 세계를 의문시하는 작업입니다. 사회학이 제기하는 질문체계가 있다면, 그 질문체계 자체를 의문시하고 질문하는 것, 그것이 '사회학의 사회학'이자, 성찰적 사회학이고, 성찰성인 것입니다. 이상길 선생님은 이 성찰성 개념을 포스트식민(현재를 또 다른 정신적 식민형태로 규정하면서, 해방을 추구하고 서구가 부여한 정체성에서 해방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확장하시는 겁니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연구된 한국의 부르디외 연구의 중간결산이자 당분간은 넘기 어려운 업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독자들께선 이 책을 통해 부르디외와 그의 세계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사회과학 연구자를 꿈꾸는 독자들은 이 책을 더욱 진전된 연구를 계획하는 기반으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비판서평을 하려고 합니다. 부르디외에 관한 한국어로 출간된 자료는 거의 다봤어요. 이 김영사의 <부르디외&기든스>의 경우에는 제가 한참 초창기에 공부를 할 때 봤던 책인데, 최근에 다시 봤습니다.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죠.

1. 핵심: 이 책은 부르디외, 기든스라는 두 사회학자를 '세계화'라는 주제로 대질시켜가며 두 사람의 이론과 정치적 차이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세계화는 무엇인지, 부르디외 기든스의 사회학은 어떻고 이를 통해 세계화에 관한 어떤 다른 관점을 가졌는지를 설명합니다.

2. 구성: 책은 우선 세계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또 사회학의 기원을 설명하고, 부르디외의 사회학과 기든스의 사회학을 다루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맞불(부르디외), 제 3의 길(기든스)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가상 대화를 통해 둘의 입장차를 설명하고 프랑스적 전통의 지식인과 근대성의 위기 등을 다룹니다.

3. 비판: 이 책은 정치학자이신 하상복 선생님이 쓰셨습니다. 정치학자이시기에 사회학의 역사에 관해 쓰시는 데 오류가 존재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것들을 조금 설명하려고 합니다.

(1)베버는 반실증주의자다: 베버는 반실증주의자가 아닙니다. 베버는 당시 독일지성계를 양분했던 실증주의와 관념론 사이에서 양자를 창조적으로 절충하여 '이해사회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창안하죠. 베버는 실증주의가 설명하는 인과와 역사주의(관념론), 해석의 방법을 절충해냅니다. 베버는 반실증주의자가 절대 아닙니다.

(2)뒤르켐과 베버는 반(反)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의 기원이다: 이것도 아닙니다. 뒤르켐이 사회학을 정초할 때, 마르크스와 대결하며 사회학을 새로운 과학으로 성립시키려 했던 적도 없고요, 흔히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관념론적 역사변동을 옹호하는 반마르크스주의 저작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아니에요. 베버는 본인이 기대 이상으로 유물론적이며, 당시 지성계가 니체와 마르크스에 의해 각인됐다고 이야기하고, 더불어 베버의 자본주의 논쟁자는 좀바르트와 브렌타노였습니다.

(3)세계화라는 주제설정과 부르디외&기든스: 이건 오류라기보단 설정의 잘못 같은데요, 저는 도통 부르디외를 세계화라는 주제로 녹여낸 게 이해가 안 갑니다. 부르디외의 사회학은 지배질서에 관한 사회학이고 세계화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지엽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더불어 저는 기든스가 이론 내적으로 힘이 있는 학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기든스는 대외적인 유명세에 비해서 약간 내실이 떨어지는 학자 중 하나죠. 영어로 글쓰는 학자라 유명하고, 또 유명한 제 3의 길 역시 사회이론이라기보다는 정책, 정치사상 개념이죠. 단적으로 기든스 사회학을 전공한 학자가 한국엔 하나도 없는 것도 그의 사회학이 그정도 깊이는 없다는 반증일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그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무튼, 이 기획은 출판사의 문제같기도 해요.

(4)운동권 부르디외: 책에서는 부르디외와 기든스의 가상대화를 하는데, 부르디외를 운동권 학자만으로 표현한 게 아쉽습니다. 부르디외는 90년대 이후 시위 대열의 맨 앞에 서는 사회학자였습니다. 그런데 부르디외의 그런 참여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사회학 기획 속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상징폭력에 대항하는 상징폭력으로서 연구, 참여를 실천한 것이지 그저 참여만 외친 학자로 파악하는 건 유치한 이해입니다.

(5)만듦새: 끝으로는 만듦새인데, 일단 부르디외와 기든스의 지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계보 자체도 무척 틀린 부분이 많고요(이건 저자분의 문제이겠지만), 미시사회학의 미드(George Herbert Mead)의 자리에 인류학자 미드(Margaret Mead)의 얼굴을 넣어두거나, 아마도 입시시장을 겨냥한 건지 '영어로 만나는 원문' 이런 코너를 넣어뒀는데 저는 이런 부분들이 아쉬웠습니다.

4. 느낀점: 입문서이기에 한계는 있겠지만 정확하면서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입문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부르디외나 기든스의 사회학 자체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나름 쉽게 쓰였기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우리는 폭력의 보전 법칙을 면할 수 없다. 즉 모든 폭력은 대가를 치른다. 예를 들어 해고와 임시고용 등 금융 시장에 가해지는 구조적 폭력은 다소 장기간에 걸쳐 자살·비행·범죄·마약 복용·알코올 중독과 크고 작은 일상적 폭력들로 그 대가를 치른다.” - 피에르 부르디외

1. 핵심: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사회역학자 김승섭 선생님의 책으로, 사회역학이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음으로써, 질병을 유발하는 사회구조를 개선해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사회구성원을 더욱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니까 사회역학은 질병을 단순히 유전적이고 생물학적으로만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고통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와 사회문제들을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이 책은 사회역학의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질병을 앓고 있는지, 어떻게 고통 받고,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또 이를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를 다룹니다.

2. 저자: 저자 김승섭 선생님은 이 책과 함께 많은 출판상을 받으며 스타덤에 오르셨습니다. 제가 가진 책은 현재 22쇄인데, 이런 분야의 책이 이렇게 판매고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죠. 김승섭 선생님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연구 자체도 왕성하게 하시는 걸로 알고, 대중서 집필도 꾸준히 하고 계신 모범적인 학자시죠.

3. 내용: 우리가 개인적인 것으로만 알았던 자살이 사회적인 것인 걸 밝힌 뒤르켐의 고전적 연구처럼, 이 책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다룹니다. 한 사회구조가 경쟁적으로 바뀌어 사람들이 끊임없는 지위경쟁에 몰리고 시달릴수록 그 구성원들은 더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에 소통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책에서는 모든 수준의 사회적 약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에는 여러 가지 균열이 존재합니다. 성별, 성적지향, 경제력, 학력, 지역, 인종, 육체적 능력 등 다양한 균열 사이에서 위치와 시간에 따라 어떨 때는 강자인 사람도 어떨 때는 약자가 되기도 하죠. 어떤 집단에 대한 낙인과 비과학적 시각들은 질병을 더욱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집단은 비정규직 노동자, 빈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다문화가정, 소방공무원,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성소수자, 교도소 재소자 등입니다. 책은 이들이 겪는 고통과 질병이 오롯이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다분히 사회적인 것이며, 그렇기에 사회가 바뀌면 아프지 않아도 되는 사실을 말하죠. 이 책이 지닌 미덕은 실증적이고 전문적이라는 거고, 그렇게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대중적으로 풀어썼기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인용하는 연구를 쉽게 합리화하지도 않고 조심스럽게 다루는 측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4. 느낀점: 책을 읽으니 마음이 편치 않네요. 한 편으로는 의지도 생기고요. 저는 사회역학을 사회계층론 수업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고, 김승섭 선생님의 SNS의 글을 받아보기도 해서 읽지도 않고 이 책을 두 권이나 사서 선물하기도 했는데, 이제야 이 책을 읽었습니다. 뜬금없이 인용한 부르디외의 말처럼 어떤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사회의 폭력은 사회 속으로 침투해서, 개인 하나하나를 병들게 합니다. 뉴스에선 단순히 “실업률 ××%”라고 표현되지만 그 안에 있는 수십만의 사회적 고통은 수치화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 책이 필독서가 되어서 질병의 사회적 원인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관련된 많은 정보가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1. 핵심: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는 ‘한국 개신교가 왜 개독교가 되었는가?’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책으로 한국 개신교의 가장 지배적인 근본주의 개신교의 형성과 특징 분석하는 다룹니다. 이 책을 통해서 한국 개신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와 그 형성, 그리고 그것이 한국으로 전이되는 과정과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만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 저자: 이 책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교, 예일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드류(Drew)대학교에서 미국 현대교회사를 전공하신 배덕만 목사/교수님이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배덕만 교수님께 교회사(역사신학)를 입문과정에서 배우기도 했는데요, 교수님의 전공이 한국 개신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국 현대교회사라서 이 책을 쓰기에 굉장히 적합한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덕만 교수님은 미국, 한국의 현대교회사와 기독교의 정치운동을 일관되게 연구하셨고, 실천적인 지식인이시기도 합니다.

3. 내용: 책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형성을 다룹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합리주의·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종교는 절대적 지위를 잃게 되죠. 합리주의를 수용한,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성경에 있는 기적들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거나 전래동화처럼 이해했습니다. 예수의 동정녀 잉태, 예수의 육체적 부활 등의 사건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합리주의에 근거해 해석했죠. 반면 근본주의는 이런 충격에 반작용으로 성경의 내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옹호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탄생한 이들은 “성경의 영감·무오류성(성경은 신이 썼고 고로 단 하나의 오류도 없다), 예수의 동정녀 탄생, 예수의 대속적 죽음과 육체적 부활”이라는 근본주의 5대 교리를 중심으로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종말이 올수록 세상이 망해간다고 믿습니다(진보정치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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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국에서 형성된 근본주의 개신교는 그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미국 선교사들의 한국선교와 냉전 체제 하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성장합니다. 한국 근본주의의 형성이 다뤄지죠. 한국은 6·25전쟁에서 한국 개신교인의 절대다수였던 이북사람들이 공산당을 피해 남한으로 오면서 반공주의를 장착하고, 아시아 유일의 개신교 국가로 만들려했던 이승만, 불교신자였지만 미국의 지원 아래 기독교의 포교활동을 국가적으로 지원한 박정희 아래에서 보수주의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형성된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특징을 서술하는데, 그 내용은 성서 문자 그대로 수용하는 문자주의, 종교 다원주의에 관한 적대, 창조과학 신봉, 사회·정치·경제적 보수주의 등을 특징으로 발현되고 책에서는 이 항목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5. 느낀점: 제가 보기에 한국 개신교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성찰성인 것 같습니다. 연구를 보면 한국 개신교의 다수가 근본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들은 탄생한지 200년 정도인 매우 지엽적인 이 근본주의가 역사를 초월한 진리인 줄 아는 것이 문제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개신교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객관화해보고 성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요, 비기독교인 역시 일반교양으로 읽어볼만한 책 같습니다. 물론 저자께서 학자인 동시에 목사이기도 하셔서 부분부분 신앙적인 서술이 나오긴 하지만 과한 수준은 아닙니다. 책이 문고판 120여 페이지 5,500원 가량으로 작고 얇지만 그 핵심이 잘 담겼습니다. 광화문에 태극기를 들고선, 또 진보정치를 악마화하는 기독교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해드리는 책입니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

근본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개신교

사회학자 김덕영

1. 김덕영의 약력

여러 번 소개드린 적 있습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한국에서 사회학 학부를 졸업하시고, 독일에 건너가셔서 베버를 주제로 고전사회학의 명문인 괴팅엔대학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그리고 독일 카셀대학에서 교수자격논문인 하빌리타치온을 획득하십니다. 현재 독일의 카셀대학에서 재직중이시죠.

선생님의 교수자격논문은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 베버(Georg Simmel und Max Weber)』라는 이름으로 독일에서 출간되었고, 이를 통해 선생님의 작업은 독일에서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학술작업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로 생각한다면, 한국과 상관없는 한 나라에서 유학 온 외국인이 다산 정약용을 주제로 석사·박사·교수자격논문까지 작성하고 그 작업이 한국 다산학회에서도 인정받는 유의미한 작업이 된다, 이런 것인데 실질적으로는 이것보다도 어려운 작업일 겁니다. 베버에 관한 연구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2. 김덕영의 문제의식

사회학 이론, 그 중에서도 사회학사의 단 한 사람인 베버의 이론을 심층까지 연구하신, 그러니까 서구 사회학의 한 고봉의 정점에 도달해보신 선생님의 문제의식은 의외로 순수 이론에만 있다기보다는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향하고 있습니다. 막스 베버는 사회학의 창시자로 볼 수 있는 오귀스트 꽁트·허버트 스펜서·칼 마르크스 등이 가졌던 ‘총체적 사회’ 개념을 ‘사회적인 것(das sozial)’인 ‘사회적 행위’로 해체시킵니다. 베버에겐 총체적 사회도 사회개념도 없었고, 그는 “사회를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사회적 행위로 끊임없이 환원해야 한다”라고 합니다.

베버의 이런 문제의식과 함께 국가주의에 긴박된 한국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김덕영 선생님은 한국의 집단주의와 개인의 문제, 국가의 탈주술화와 근대의 표지인, 분화·개인화·세속화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십니다. 복수의, 근대성‘들’에 의거해 근대의 보편성(서구 사회학 이론), 이에 대한 정치(精緻)한 번역·연구, 즉 토착화를 통해 한국사회 경험적으로 연구한 결과로 근대의 특수성(한국 사회 연구)을 탐구하자고 주장하십니다.

3. 김덕영의 기획

이를 통해 선생님의 기획은 2가지 작업이 병행되는데, 그 한 축은 근대성 보편성에 관한 제대로 된 탐구로 서구 사회학 이론의 거장들은 번역·연구하는 작업이고, 다른 한 축은 그런 학술작업을 통해 한국사회(근대의 특수성)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1) 사회학 이론: 사회학 이론 작업으로 김덕영 선생님은 베버에 관한 번역서를 준비 중이시고, 『사회의 사회학』이라는 사회학사를 편찬하시죠. 여기서 다루는 꽁트·스펜서·마르크스·조지 허버트 미드·뒤르케임·짐멜·베버·알프레드 슈츠·파슨스·엘리아스·부르디외·하버마스·니클라스 루만까지 이상 14명에 관한 연구서를 계획 중이십니다. 이순(耳順)에 20년 이론기획을 한 것이 저 기획이고, 그 첫 단추가 올해 나왔던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인 것이죠.

2) 한국의 근대성: 한 편으로 김덕영 선생님은 한국의 근대성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진행하시죠. 그 성과물이 환원근대-루터와 종교개혁-에리식톤 콤플렉스로 이어지는 작업물들입니다. 서구 사회학에 관한 정교한 이론틀로서 한국 사회를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중세인 루터를 통해 유럽에 싹튼 근대성을 보았듯, 아마 정약용을 통해 그가 왜 근대의 맹아를 틔우지 못했는지에 관한 증명을 하는 작업을 기획중이십니다.

김덕영 선생님의 작업에 관심있으신 입문자분들께서는 『환원근대』, 『에리식톤 콤플렉스』가 경험 연구이며,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기에 이 둘을 우선적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핵심: 글로벌 지식장에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학술적 논쟁을 통해 한국 사회학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정수복 선생님은 사회학이 전문성에만 매몰되어 대중성을 잃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회학이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근대적이고 실증적인 사회학, 학자들의 세계에 매몰된 사회학이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 성찰성을 제공하고 더 나은 삶을 가능케 하는 인문학-해석학적 사회학으로 귀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책입니다.

2. 저자: 이 책의 저자 정수복 선생님은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탈산업사회, 그리고 행위이론에 정통한 저명한 사회학자 알렌 투렌의 지도하에 사회학을 배우시죠. 프랑스에서 복귀하고 한국에 오신 선생님은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지 못하시고, 대학 밖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시며 학술활동을 이어가시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오랜 기간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연구를 하시고 다시 한국에 복귀하십니다. 투렌의 제자답게 신사회운동, 시민사회론, 또 한국사회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셨고 지금은 한국사회학사와 세계의 사회학사에 관한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3. 내용구성: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있습니다. 1부 '사회학이 예술을 만날 때'에서 저자는 실증주의가 아닌, 인문-해석학, 예술로서, 문학으로서의 사회학은 무엇인지, 또 왜 사회학은 다시금 인문학적 사회학으로 귀환해야하는 지를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2부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이 저는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여기에서 저자는 사회학자로서의 자신이 사회학을 공부했던 시절과, 학자가 된 이후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고, 한 편으로는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삶을 그려내며 응답하는 사회학자로서 그를 호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3부, '한국 사회학의 새로운 길 찾기'에서 저자는 노명우, 조은, 송호근 세 명의 한국 사회학자를 '사회학평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4. 느낀점: 이 책은 쉽게 읽으실 수 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사회학 입문자께서도 편하게 보실 수 있고, 또 인문학적 사회학은 이런 것이구나 느끼시고 사회학자의 삶과 한국 사회학자의 작업물을 바라보실 수 있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책입니다. 또 정수복 선생님 이름 곁에는 항상 '사회학자/작가'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작가이시기도 한만큼 가독성도 좋아서 사회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 꼭 한 번 한국 사회학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시는 데에도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진은 제가 사회학을 한창 공부하기 시작할 때 선생님께 받았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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